게다가 달리는 속도와 종료 시점에 대한 결정권이 내게 없었다. 흔히 높은 직급에 오르게 되면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반대로 무수한 이해관계자들의 조언, 권고, 추천, 보고, 요청, 문의, 항의, 통보, 압박, 협박에 시달리다 보면 정신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내가 하는 일의 상하좌우에 여러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