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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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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Scenario ② 문제

작성일
2021/12/16 17:00
생성일
2022/08/01 01:29
저자
키워드
#딜레마, #심리상태, #우선순위
분류
상담심리
진로진학
리더십
혜정이는 세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이 직접 입시정보를 찾고 정리하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고, 합격생들의 조언은 유용한 것 같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본인과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에 검증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경험이 풍부한 입시전문가에게 직접 컨설팅을 받는 것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내게 꼭맞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혜정이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지만, 결정적으로 그 정도 수준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으려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사이에 1학년 겨울방학은 끝났고, 혜정이는 무거운 마음으로 새학년을 시작했다. 학교에서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놓았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를 마음에 품었다.
혜정이네 학교가 학생들을 방치하는 건 아니었다. 영재반을 편성해 상위권 학생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다양한 동아리나 교내대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월 특색 있는 진로·독서 프로그램이나 전문가 강연을 통해 다양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혜정이는 성실히 모든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입시정보, 진로정보, 공부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때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 학사일정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탓에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또한 프로그램이든 강연이든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졌고, 연사의 스토리나 특정 분야의 지식을 자신의 진로와 연관지어 생각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학생지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학교 선생님들의 진로진학 전문성이 기대 이하라는 점이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항상 바빠보였고 대부분 지쳐있는 듯했다. 혜정이의 담임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공통과목이자 주요과목이라 다른 과목보다 수업이 더 많은 것 같았고, 학기말이면 수행평가와 세특을 작성하는데 진이 빠진 듯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자연스러게 비교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특의 내용이 일반적이고 막연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비교과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활동 내용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적당히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양과 질이 대폭으로 줄었다.
혜정이는 이제 막 2학년이 됐기 때문에 학교의 진학지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방학 때 입시컨설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동아리 선배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실망스럽게도 학교에서는 수시든 정시든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진학지도가 거의 없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나마 담임 선생님께서 수시 원서접수 전에 '대입상담 프로그램'을 돌려 지원대학 추천리스트를 출력해주었지만, 각자 나름대로 알아본 대학의 범위와 차이가 커 그대로 수시 원서를 접수하기 꺼려졌다고 했다. 결국 선배들은 비싼 돈을 들여 대치동에서 입시컨설팅을 받았는데, 컨설턴트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 덕분에 최상의 입시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중 한 선배는 혜정이에게 좀 더 일찍부터 체계적으로 컨설팅을 받아볼 것을 추천하기까지 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혜정이는 약간 붕 떠있는 듯한 심리상태가 이어졌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잔잔히 깔려있는 약간의 우울감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경쟁심과 질투는 혜정이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감정들이었다. 자신보다 성적도 좋고 진로도 명확하고 발표도 잘하는 친구를 볼때면 가끔씩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선생님들의 관심과 애정이 최상위권 친구나 학급 반장에게 쏠리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한 친구들이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일일이 붙잡고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온한 겉모습과 달리 하루가 멀다하고 폭풍같은 내면의 전쟁을 겪는 혜정이는 금방 지치는 날이 많아졌다. 군중 속 고독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공감됐다.
문득, 혜정이는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을 어깨에 한가득 짊어지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주말 동안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펼쳐놓은 A4 한 장이 무수한 걱정으로 금방 채워졌다. 흩어져 있는 여러 고민들을 하나의 공통 카테고리로 묶었고, 이 중에서 현재 자신의 역량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대로 지웠다. 결국 혜정이는 자신이 학습, 진로, 진학, 심리, 생활 분야에서 여러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특히 학습, 진학, 진로 분야의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됐다. 혜정이는 다음 날 학교에 등교해 담임 선생님께 개별 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이 도출한 우선순위를 토대로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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