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 Scenario ① 상황

작성일

2021/12/14 21:00

생성일

2022/08/01 01:29

저자

키워드

#일반고, #입시정보, #입시컨설팅

분류

상담심리

진로진학

리더십

혜정이는 경기도 00시에 살고 있는 여고생이다. 아버지는 인근 산업단지에서 공장 관리자로 일하시고 어머니는 작은 반찬 가게를 운영하신다. 3살 터울의 여동생은 혜정이가 졸업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데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부모님께서 걱정이 크다. 반면 혜정이는 어려서부터 줄곧 공부를 잘했다.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었고 반장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그래서 부모님은 혜정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혜정이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주고자 한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크게 넉넉한 건 아니라서 학원비 지출이 늘어나면 식비, 생활비를 줄이거나 약간의 빚을 내야한다. 혜정이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최대한 학교 생활에 충실히 임하고 부족한 부분은 YouTube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보고 있다.

혜정이는 집에서 버스로 2정거장 떨어진 일반고에 재학 중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니기 좋은 곳이라는 평가는 거의 없던 학교였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생부교과나 종합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인근 6개 중학교의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생각은 같았는데, 학비도 비싸고 경쟁도 치열한 특목고·자사고 보다 일반고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혜정이도 마찬가지었다. 원래는 외고나 국제고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특목고·자사고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졌고, 2025년부터 폐지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집과 가까운 학교에서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또한 같은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진학해 심리적으로 조금이나마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혜정이의 1학년 성적은 1.65로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는 전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 10위권으로 밀려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됐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신과 모의고사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과목별 수행평가를 완성하는 것까지 정신 없이 쏟아지는 학업 스케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여기에 한 달 뒤에 시작되는 2학년 때부터는 전교생이 듣는 국영수 과목 외에 이과 학생들만 따로 듣는 수업이 늘어나는데, 10위권에 있는 학생들 중 6명이 이과를 선택해 치열한 내신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게다가 1학기 때 동아리 활동의 주제를 정하면서 한 친구랑 약간의 말다툼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관계가 멀어진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혜정이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들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정이는 학교에서 1학기 반장으로 활동하며 전교에서 30명만 뽑히는 영재반에 선발됐고, 담임 선생님이나 다른 교과 선생님들에게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못잡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또한 지금 학교에서 열심히 한다고 해도 대학에서 자신의 학교를 얼마나 좋게 평가할지도 모르고, 특목고·자사고를 포함해 재학 중인 학교 보다 학생 수준이나 지원 체계가 훨씬 좋은 학교들이 많기 때문에 객관적인 경쟁력에 대해 스스로 자신이 없다. 게다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나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뉴스를 보면 서울의 돈 많은 집 학생들은 대치동에서 고액컨설팅을 받아 자신의 실력이 아닌 부모의 실력으로 자신과의 격차를 벌려나가는 것 같아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혜정이는 며칠 전 다니고 있는 수학 학원에서 수강생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학원가의 유명한 사람이 와서 올해 입시의 주요 변화와 전형별 전략을 안내해준다고 했다. 얼마 간의 고민 끝에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혜정이는 입시설명회의 내용이 YouTube에서 봤던 일반적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했다. 다행히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에 한해 30분 정도의 무료 컨설팅 기회가 있었다. 혹시 몰라 준비해간 생활기록부를 보여주었고, 전반적인 진단과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컨설턴트는 컨설팅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알맹이 없는 얘기만 늘어놨고, 대부분의 시간을 본인 학원의 성과와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데 사용했다.

실망한 채 집에 돌아온 혜정이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목표로 하고 있는 고려대와 연세대 입시전략을 키워드로 정보를 검색했다. 이내 무수히 많은 기사와 블로그 그리고 YouTube 영상이 검색결과로 쏟아졌다. 너도나도 본인들이 최고의 입시전문가라고 홍보하는 탓에 혜정이는 쉽게 눈길을 빼았겼고, 1시간 넘게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다닌 뒤 비로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그건 바로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내게 필요한 정보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1시간 동안 혜정이는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정리하기는 커녕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맥락 없이 이어지는 무수한 정보에 파묻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정보를 검색하기 전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 혜정이는 문득 홀로 아둥바둥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프게 느껴졌다.

혜정이는 우울한 마음을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민지에게 털어놨다. 민지 또한 공부를 잘했던 친구로 혜정이와는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성적이나 진로에 관한 고민을 터놓고 말하기 쉬웠다. 민지는 혜정이의 고민을 듣고 자신이 쓰고 있는 공부앱 하나를 소개해줬다. 이 앱은 합격생들의 생기부나 자소서를 열람할 수 있고, 입시 고민을 물어볼 수 있으며, 원하는 스펙의 멘토에게 다이렉트로 과외도 받을 수 있는 앱이었다. 처음에는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내신, 진로, 세특 등 필요한 카테고리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내게 맞는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멘토가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전문가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결국, 혜정이는 자신이 숙련된 전문가의 입시컨설팅을 원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혜정이가 알고 싶은 건 현재의 내신, 모의고사, 비교과로 어느 정도 대학을 갈 수 있으며, 목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언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확실한 전략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이었다. 입시전문가를 찾는 과정은 입시정보를 찾는 과정과 같았는데, 무수히 많은 정보들 탓에 누가 진짜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 선배나 입시를 이미 경험한 부모님의 지인들에게 추천받은 곳 위주로 정보를 찾아보았다. 최종적으로 세 군데를 추려 상담 내용과 단계 그리고 비용을 문의했고, 혜정이는 다시 한 번 큰 고민에 휩싸였다. 입시컨설팅의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더 비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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