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실무 중심의 진로진학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 및 적용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실행연구를 통하여 계획, 실행, 관찰 및 반성의 순환적 단계를 반복함으로써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청소년들의 진로진학 고민과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진로진학컨설팅 전문성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공교육 및 사교육 종사자들에게 실천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진로·진학과 관련된 ‘역경(逆境)’을 통하여 배우고 느낀 바를 교훈 삼아 2021년까지 총 11년의 진로진학컨설팅 ‘경력(經歷)’을 쌓아왔다. 이 과정은 학사편입으로 고려대·연세대 행정학과에 동시 합격한 2011년을 기준으로 10년 단위의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된다.
전반부 10년은 미대입시와 재수, 편입으로 이어지는 고단한 진로탐색 과정을 토대로, ‘연구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who), 무엇을 하고 싶은지(what), 그리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how) 파악하기 위해 내면을 치유(counsel)하고 탐색(explore)하여 이를 대학입시 수준에서 실현(actualize)한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교육학자, 심리학자,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토대로 스스로를 등불 삼아(自燈明法燈明)(조성택, 2012: 198-201) 고통의 본질과 의미를 이해하고, 매슬로우의 ‘자기실현욕구(desire of self-actualization)’(Maslow, 2011: 40)와 로저스의 ‘실현 경향성(actualization tendency)’(권석만, 2016: 271)을 중심으로 교육관, 인간관, 사회관을 정립하였다.
이어진 후반부 10년은 성북구·서초구, B학원 그리고 스스로 창업한 S학원을 거치며 같은 질문의 주어를 바꿔서, ‘연구자가 만난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who), 무엇을 하고 싶은지(what), 그리고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how) 안내하기 위해 ‘계획-실행-성찰-재계획’의 반복적 순환과정을 토대로 효과적인 진로진학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온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는 총 760명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1,551건의 수시·정시 진로진학컨설팅 및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며 ‘구매 가치 있는 전문성의 개발’, ‘부가가치(value-added) 창출을 통한 교육서비스 차별화’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달성하였다.
연구자는 자기 자신을 연구의 도구이자 자원으로 활용하는 실행연구를 수행하며 실천의 개선을 추구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실질적 증거를 만들기 위해 신념과 목표를 끊임없이 재구조화하였다(박창민·조재성, 2016: 141). 내적 딜레마 혹은 갈등을 성찰하여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계획과 재계획을 반복하는 과정은 곧 무수한 실패와 좌절 그리고 기나긴 ‘미생(未生)의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김형경(2013: 271-278)은 “고통 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정신분석학 개념을 소개하며 고통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공간이 넓어지고 이를 통하여 정신적 도약 즉, 성장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연구자는 온갖 종류의 자신감, 자유, 창조적인 흐름을 의미하는 ‘황금으로 변하는 상처’(Steve Biddulph, 2000: 325)가 바로 시행착오에 따른 ‘폐허의 시간’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진정한 자아인 ‘내면의 빛’(Riso & Hudson, 2009)이 조급함과 충동성, 적개심 등의 미성숙한 측면들과, 정신을 죽이고 소멸을 가져오는 억압과 제약, 두려움 등으로 인하여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연구자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본능 안의 열정(Maslow, 2012: 135)에 따라 “자기실현의 안내자”라는 꿈을 선택하고, 내면의 전사는 그에 뒤따르는 힘겨운 노동과 갈등, 그리고 거부당한 것들이 퍼부어대는 분노(Bly, 2005: 276)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연구자는 760명의 학생들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달랐지만 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같았다. 그들은 자신의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의 잠재 가능성까지 결정하여 선고하는 대학입시의 거대한 관문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혼돈과 무질서, 막연함과 불확실함, 자기의심과 신경증으로 말미암은 그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연구자는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에 짓눌렸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면의 목소리가 “너는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세상에는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다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상처 받지 않는 영혼(Singer, 2014), 정복되지 않는 마음(Henley, 1888), 그리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을 지켜주고 싶었다. 연구자는 그들의 내면으로 자기 자신을 던졌다. 깊은 바다 속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잠수부처럼, 대리석 안에 갇혀있는 천사를 발견한 조각가처럼, 거룩한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처럼 값을 매길 수 없는 꿈의 가치와 측량할 수 없는 잠재력을 찾고 또 찾았다. 운명의 바람소리가 들려왔고 이들 앞에 놓인 신의 계획이 보였다. 연구자는 영감과 창조력이 그들의 내면에 가득 찰 수 있도록 ‘수로(channel)’(Cayce, 2013: 51)의 역할을 다하였다. 소년과 소녀의 얼굴에서 청명하게 갠 가을 하늘과 같은 미소가 번졌다. 그들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 분할된 세상을 통합하여 그토록 꿈꿔왔던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이다.
연구자는 내면의 평화를 위한 기나긴 투쟁을 종식하였다. 연구자가 돕고 있던 대상은 처음부터 학생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었을지 모른다. 그들을 바라보고 위로하고 끌어안으며 연구자는 외롭고 아프고 미숙했던 20대를 비로소 흘려보낼 수 있었다. 사랑을 통하여 사랑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타인에게 건네는 도움의 손길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만이 가슴 속에 남았다.
이와 같은 삶의 여정을 통하여 연구자는 개인적·내부적 문제에서 사회적·외부적 문제를 발견하였고, 배우고 경험하는 입장에서 가르치고 나누는 입장으로 위치가 변하였으며, 주관적이며 세속적인 에고(ego)의 관점에서 영적이며 초월적인 자기(self)의 관점으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Steve Biddulph(2000: 155)가 말하는 “길고 어두운 밤”을 무사히 넘긴 것이다.
참고문헌
[1] 조성택(2012). 불교와 불교학. 경기: 돌베개.
[2] Abraham H. Maslow(2012). 존재의 심리학 (정태연·노현정 역). 서울: 문예출판사. (원서출판 1999).
[3] 권석만(2016).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서울: 학지사.
[4] 박창민·조재성(2016). 실행연구 이론과 방법. 경기: 아카데미프레스.
[5] 김형경(2013). 남자를 위하여. 서울: 창비.
[6] Steve Biddulph(2000). 남성심리학자가 남자에게 말하는 남자의 성 (김훈 역). 서울: 북하우스. (원서출판 1998).
[7] Don Richard Riso & Russ Hudson(2009). 에니어그램의 지혜 (주혜명 역). 서울: 한문화멀티미디어. (원서출판 1999)
[8] Robert Bly(2005). 무쇠 한스 이야기 (이희재 역). 서울: 씨앗을뿌리는사람. (원서출판 1990).
[9] Michael A. Singer(2014). 상처받지 않는 영혼 (이균형 역). 서울: 라이팅하우스. (원서출판 2007).
[10] William Ernest Henley(1888). “Invictus” POETRY FOUNDATION. Accessed March 25, 2022.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51642/invictus
[11] Edgar Cayce(2013). 신을 찾아서 (김진언 역). 서울: 사과나무. (원서출판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