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수준에서 메타인지를 충분히 계발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나의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하여 더 나은 문제해결 방향을 찾거나 공동체가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가치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반합의 논리가 대표적인 예다. 관념철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은 자연이나 역사의 변화를 순리(정)가 이에 상반되는 대립(반)과의 갈등을 통해 통일(합)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보며 절대정신과 이성 그리고 자유를 중심으로 서양철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정립, 반정립, 종합의 논리적 전개방식이 변증법이고, 이러한 변증법을 간단히 도식화해놓은 것이 바로 정반합(正反合)이다. 정반합이 매력적인 이유는
대립하는 두 명제 중 하나의 명제가 일방적으로 승리하거나
어정쩡한 중화 상태로 두 명제의 고유한 특징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단순히 대등한 위상을 갖는 세 명제를 병렬적으로 늘어놓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 있다. 대신 대립하는 두 명제가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모순은 버리고 본질은 취한 뒤, 화학적·유기적 조화를 통해 최고이자 최상으로 진화된 새로운 명제를 탄생시킨다. 헤겔은 변증법을 토대로 한 철학적 논증을 대표하는 학자이며, 자연이나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제도 또한 결국 모순이 제거된 최종 상태로 진화한다는 그의 주장도 이러한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정반합은 개인 간의 작은 대화부터 정책 토론이나 사업과 조직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협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반합이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를 염두에 두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남녀관계에서 한쪽은 자기 주장을 계속하며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데 다른 한쪽은 맞춰주기만 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상황이 생긴다면 정과 반의 대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나 대학 기숙사 건립과 같이 이해관계자들의 대립이 첨예한 문제에 대해 현상유지를 고집하거나 의사결정을 미루는 행위는 정과 반을 어정쩡한 중화 상태로 방치하는 것과 같다.
끝으로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모든 투자 대상에 기웃거리거나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조직의 역량을 떨어뜨리는 것은 정반합의 세 명제를 동일한 비중으로 늘어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정(正)과 반(反)의 명제에 매몰되지 않고,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합(合)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논의의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초월적 태도(transcendent attitude)가 필요한 것이다.
합(合)의 방향을 지향하는 태도는 창업가에게 가장 필수적인 자질이다. 특히 제갈량을 얻기 위한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창업가의 팀빌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유비의 읍소에 밭을 갈며 조용히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제갈량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자’라는 대의명분(大義名分)이었다. 만약 보잘 것 없는 세력의 유비가 ‘조조와 손권을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하자’고 얘기했다면 제갈량은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비는 자신의 야망보다 백성을 먼저 말했고, 이를 중심으로 왕과 신하, 리더와 참모가 뭉쳐 400년 한(漢)나라의 계승이라는 대업(大業)을 부분적으로나마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지켜야 할 본분이나 도리라는 뜻을 갖고 있는 대의명분은 오늘날에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으로 표현된다. 미션은 의무라고 믿고 행하는 일로 한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비전은 이러한 미션을 추구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미래상을 말한다. 아마존은 "We strive to offer our customers the lowest possible prices, the best available selection, and the utmost convenience"라는 미션과 "to be 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 where customers can find and discover anything they might want to buy online"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정리하자면, 아마존은 가장 저렴한 가격에 최선의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미션과 비전을 중심으로 목표(goal)와 전략(strategy)을 정렬(align)하고 이에 따라 Amazon Prime, Fulfillment by Amazon 등 고객 중심의 신규서비스를 런칭·운영함으로써 2021년 발표된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라는 책으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T. Kiyosaki)는 다수의 저서를 통해 시간을 돈으로 바꾸며 내가 돈을 위해 일하는 월급생활자(employee)나 전문직 혹은 자영업자(self-employee)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돈을 창출하며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사업가(business owner)나 투자자(Investor)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사업의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B-I 삼격형(B-I Triangle)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다방면에 박식한 통합가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뛰어난 전문가를 알아보고 고용한 사람이라는 점을 밝히며 사명(mission), 리더십(leadership), 팀(team), 제품(product), 법률(legal), 시스템(system), 의사소통(communications), 현금흐름(cash flow)으로 구성된 B-I 삼각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명에 충실한 리더를 꼽았다. 사업 운영은 첩첩산중 쌓여있는 장애물을 끊임없이 돌파하는 과정인데 이때 사업가에게 사명감이 부족하다면 갖가지 고난 앞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서
사명에 충실한 리더는
강력한 리더십 기술을 계발해야 하며 이후 실제 경험을 갖춘 뛰어난 전문가들로 구성된
똑똑하고 영리한 팀을 운영할 때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B-I 삼각형은 사업의 구성요소와 작동방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업가가 채우고 계발해야 되는 것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위와 같은 논의를 정리하자면, 인간관계와 조직 수준에서 메타인지는 서로 다른 의견·입장, 이해관계를 가진 다수의 사람들을 정반합의 논리에 따라 초월적 대의명분으로 규합·조직·운영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힘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