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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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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Scenario ③ 행동

작성일
2021/12/20 18:30
생성일
2022/08/01 01:29
저자
키워드
#에듀테크, #페이스메이커, #미래교육
분류
진로진학
리더십
정책·행정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은 점심 식사가 끝난 뒤 교무실 옆 작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담임 선생님은 상담의 시작부터 끝까지 혜정이의 고민을 진지하게 경청했고, 나름의 분석을 토대로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리한 것에 대해 크게 칭찬했다. 그러면서 혜정이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질문의 시작은 혜정이가 앞서 말한 고민들을 해결하고 싶은 이유였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답하는 질문에 담임 선생님은 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은지 물었고, 혜정이는 번듯한 직장에서 돈을 벌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후에도 담임 선생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왜’의 행렬을 통해 혜정이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개인적인 내용부터 가족, 학교, 그리고 사회에 대한 내용까지 질문 하나하나가 중학교와 달라진 성적으로 위태로운 자존감을 들춰내기도 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장녀로서의 책임감을 끌어내기도 했다.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활용한 담임 선생님은 결국 혜정이의 가장 깊은 속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혜정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고(will), 잘 할 수 있으며(can), 해야만 하는 일(calling)을 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혜정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던 한 사람을 떠올렸다. 3년 전 교육대학원에서 만난 B선생님은 대치동에서 입시컨설팅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10년 동안 진로진학 분야에서 활동했는데, 그동안 쌓아온 실무노하우를 석사논문을 통해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체계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동시에 교육대학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컨설팅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인 ‘진로진학 왕초보스쿨’을 운영했는데, 당시 학생들의 진로진학지도에 관심을 갖고 있던 담임 선생님이 2번째 기수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게 된 것이었다. 진로진학 컨설팅 역량을 강조하는 B선생님의 주장은 명확하고 시기적절했다. 중학교 자유학년제와 고등학교 고교학점제, 그리고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어지는 진로 중심의 교육제도에서 개별화된 진로진학 컨설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비롯한 일선 학교현장의 대응능력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까운 미래에는 학생 고유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일깨우는 교육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개별화된 진로진학 컨설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었다.
B선생님은 기술 주도의 미래사회, 진로 중심의 교육제도 그리고 나다움을 지향하는 세대적 특성을 관통하는 주제가 ‘진로진학 컨설팅’이라고 생각했고, 진로진학 컨설팅의 핵심에 교사의 ‘컨설팅 역량’이 있다고 보았다.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의 학문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성장을 본연의 업무로 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가까이에서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선생님들이 진로진학 컨설팅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진로계획이 구체화되고 실현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게 B선생님의 생각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B선생님의 이러한 생각에 크게 공감했다. 또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학점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는 B선생님의 모습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게 있었다. 그것은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과수업과 교무행정, 그리고 각종 학교행정으로 인해 늘 과로에 시달리고 있어 진로진학 컨설팅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의 업무가 아닌 이상 추가적인 관심을 쏟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또한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신분이 때때로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를 저해한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B선생님은 기술과 교육의 결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개별화된 진로진학 컨설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세 가지의 큰 단계를 제시했다. 먼저 성적, 성격, 활동 등 학생의 정보를 손쉽게,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는 편리한 모바일 플랫폼을 구현하고, 다음으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진로진학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하나의 DB로 집대성한 뒤, 학생의 문제와 니즈에 따른 표준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며, 끝으로 힘들고 고독한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인지 및 행동심리학 기반의 1대1 맞춤형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B선생님의 계획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것에 놀랐으나, 한편으로 기술적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루기 어려운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알았는지 B선생님은 자신의 컨설팅 노하우를 석사논문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꾸준히 쓰고 있는 칼럼을 통해 비전과 계획을 구체화한 다음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팀을 만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후 담임 선생님은 석사논문을 쓰고 생업에 종사하느라 B선생님을 잠시 잊고 지냈는데, 혜정이와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B선생님의 확신에 찬 눈빛과 목소리가 불현듯 떠올랐던 것이다.
20분 동안의 짧은 상담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은 혜정이에게 방과후 교무실에 잠깐 들리라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B선생님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B선생님이 운영하는 진로진학 커뮤니티와 SNS를 살펴보니 그는 실제로 졸업 후 개인 맞춤형 진로진학 코칭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 스타트업의 이름은 ‘빅스쿨(BigSchool)’로 빅스쿨의 팀은 교수급 연구자와 5년 이상의 실무경력 그리고 국내외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공지능 전문가, 웹/앱 개발자, 마케터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창업 첫해부터 정부 지원사업과 각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사업화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년 차에는 방대하고 정확한 진로진학 DB 구축과 편의를 극대화한 UX/UI를 통해 사용자 기반을 확대해갔다. 그리고 3년차부터는 50만 명 이상의 누적 사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추천 알고리즘과 코칭 프로토콜을 고도화하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 결과, 매년 매출액이 2배 이상 성장하며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빅스쿨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다양한 활동들을 토대로 진로 설정부터 콘텐츠 추천 그리고 계획 수립까지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교육수요자들에게 크게 각광받았다. 진로 설정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듣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록하는 것이 필수였다. 이는 기록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객관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스스로의 정체성과 진로계획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록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B선생님과 팀원들은 활동DB를 분야와 주제로 구분해 빠짐없이 리스트업하고 이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정리함으로써 기록 과정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에는 비슷한 활동들을 자동으로 그룹화해 대표키워드를 도출하고 해당 키워드들을 포괄할 수 있는 진로를 세 가지 추천한 뒤, 선택된 진로에 대한 산업, 직업, 직무, 전공, 대학으로 이어지는 맞춤 콘텐츠를 추천함으로써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진로를 이해하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끝으로 구체화된 진로를 중심으로 분야와 주제별로 다양한 활동들을 추천함으로써 목표가 달성된 미래 시점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빅스쿨의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소위 입시컨설팅이라고 불리는 사교육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비용도 비싸고 컨설턴트의 숙련도에 따라 컨설팅의 퀄리티가 들쑥날쑥했던 일이었다.
둘째, 인공지능과 사람의 협업을 통해 1대1 개인맞춤 코칭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재방문 및 유지율, 활동률을 향상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간 코치는 수험생의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동기, 스트레스와 자책, 자존감과 우울, 귀찮음, 자기합리화 등의 감정을 이해하고, 힘들고 지루한 수험생활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직접 상담은 담당자의 업무량이 급증한다는 단점이 있었고 코치 1명당 기껏해야 최대 20명밖에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웠다. 그래서 빅스쿨은 성과가 뛰어난 코치의 코칭 사례를 AI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코칭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동으로 응대할 수 있는 93%의 반복적인 일은 최대한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연민, 격려, 공감 등의 정서적 교감과 개인 맞춤형 목표 설정, 그리고 AI가 제시한 선택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과 승인 등 나머지 7%의 일에 집중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사용자는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함께하고 있다는 100%의 교감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갖게 된 것이었다. 그 결과 3억원의 시드 머니로 시작한 빅스쿨은 국내외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로부터 50억 규모의 프리 시리즈A 단계 투자를 유치하며 창업 3년차에 기업가치가 이미 수백 억을 넘어섰고,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이끄는 혁신기업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B선생님이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담임 선생님은 빅스쿨의 서비스에 대해 큰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직접 앱을 다운받아 30분 정도 서비스를 간단히 사용해본 뒤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을 얻게 됐다. 이 앱은 혜정이뿐만 아니라 진로진학을 고민하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에게도 필수적인 앱이라는 생각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당장 옆자리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빅스쿨을 추천했고, 방과후에 찾아온 혜정이에게는 ‘네가 해결하고자 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라는 말까지 했다. 혜정이는 민지가 추천해준 앱이 아닌가 생각하다 ‘빅스쿨’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듣고 호기심 반, 걱정 반의 심정이 됐다. 담임 선생님이 고심해 추천해준 앱이기 때문에 다른 앱들과 조금 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한편으로 또 다시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고 실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혜정이는 수학 학원을 마치고 집 근처 독서실을 찾았다.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운받은 빅스쿨 앱을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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