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의 '새 행정학(2008)'을 시작으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정길 교수의 '행정학의 새로운 이해(2008)', 동 대학원 노화준 교수의 '정책학원론(2007)' 그리고 행정학의 주요 쟁점을 다룬 100여편의 논문을 접하며 행정학의 개론과 각론, 이론과 모델, 주요 개념들을 공부할수록 어떻게 이렇게 나의 관심사에 꼭 맞는 과목이 있을까 놀라워했다. 짧은 식견으로 이해한 행정학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작동원리와 운영의 실제에 대해 배우는 학문으로 정치, 사회, 경제, 경영, 심리, 철학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 사회문제의 조직적인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나는 대표적인 행정조직인 군대에서 행정학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조직, 인사, 재무 분야의 행정학 이론이 실제 행정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이렇게 되니 공부하지 말라고 뜯어 말려도 기를 쓰고 공부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10kg가 넘는 군장을 메고 일주일간 기지방호 훈련을 하고도 밤새 불침번을 서면서도 행정학에 대한 탐구는 그치지 않았고, 병장이 되어서는 행정학 서적과 논문에 파묻혀 새벽 2~3시까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독서실을 지켰다. 말 그대로 나는 행정학과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나는 행정학의 다양한 분과학문 중에서도 특히 정책학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면,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 정책과정이고, 이러한 정책과정의 효율·효과적인 기획과 집행만이 국가권력의 당위성를 확고히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나아가 과학기술 전 분야의 융합적인 연구를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경제 중심의 단일 학문적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해결적인 접근이 당시 행정학계의 화두였던 '행정학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학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행정학의 다학제적 특성이 자칫하면 일관된 이론체계가 부족한 잡다한 학문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나는 조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행정학과 비슷한 경영학이 경영현장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각광받는 학문이 된 것처럼, 행정학 역시 행정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학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행정학을 임상과학으로 재정의하며 행정학의 학문적 의의를 '다양한 분야의 실증적·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공공부문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임상성의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구교준 교수(2008)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편입 후 나는 구교준 교수님을 학부 지도교수님으로 모시면서 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가끔 편입 준비생에게 전공필기를 어떻게 준비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연세대는 2012학년도부터 그리고 고려대는 2018학년도부터 전공필기를 계열별로 실시했기 때문에 학과별로 전공필기를 치뤘던 2011학년도와는 준비방법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2017학년도까지는 고려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팁을 주곤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기본서 하나를 정해 주요 개념들을 정리한 뒤 학과 교수님들이 쓴 논문을 많이 읽으면 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고 답했다. 나는 기출문제 속 주요 개념들을 '새 행정학(2008)'으로 정리한 뒤, 고려대 및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님들이 쓴 논문을 100여편 정도 출력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20편의 논문들은 각각 3번 이상 정성껏 필사했다. 
필사는 내가 추천하는 공부법 중 하나인데 장점이 많다.
먼저 그냥 읽을 때보다 내용을 훨씬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해당 분야에서 통용되는 키워드나 관용적인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끝으로 교수님들에게 익숙한 연구자의 논리로 글을 전개할 수 있다. 필사를 반복하면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만약 논리가 A-B-C로 이어지는 글이라면 A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B와 C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신기한 것은 A-B-C로 이어지는 저자의 논리를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두뇌와 동기화된 나의 두뇌가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다음에 이어질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필사는 이해력과 기억력을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단기간에 저자 수준의 어휘력과 문장력 그리고 논리력을 습득할 수 있는 궁극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제대를 3개월 정도 앞두고서는 사무실의 일에서도 열외되어 하루 종일 공부하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에 토익을 공부할 때는 이동시간까지 포함해 하루 최대 12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었는데, 군대에서는 새벽 2시까지 공부할 경우 하루에 순수하게 15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건 자기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고서야 결코 버티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얼마나 얼굴이 보기 힘든지 몇몇 간부들은 내가 이미 제대한 걸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내 머릿속은 온갖 행정학 이론과 개념들로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에 뚜껑을 열고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줄줄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나는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2011학년도 편입학 시험에서 고려대 행정학과와 연세대 행정학과에 동시에 합격했다. 
두 학교 오리엔테이션에 모두 참석해보니 둘 다 붙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내가 얼마나 완벽하고 치밀하게 시험을 준비했는지 보여주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