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home
빅스쿨
home

입시컨설팅에 대한 오해

작성일
2021/11/02 23:30
생성일
2022/08/01 01:29
저자
키워드
#스카이캐슬, #입시컨설팅, #전문성
분류
진로진학
정책·행정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입시컨설팅에 대한 오해를 남겼다.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과장된 묘사는 공포마케팅이 되기에 충분했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컨설팅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진입한 인접 분야의 사교육 종사자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하고 개별화된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몇 년에 걸쳐 이에 따른 부작용을 직접 마주한 나는 입시컨설팅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입시컨설팅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8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다. <스카이캐슬>은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님을 중심으로 대학입시를 둘러싼 대한민국 상위 0.1% 가정의 교육행태를 묘사하고 있다. 작중 김주영 선생님은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코칭하는데, 학습관리부터 비교과활동, MMI(다중미니면접), 심리상태, 그리고 교우관계까지 학생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관리하고 준비한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을 당시 나는 대치동의 대형학원에서 2015년부터 약 3년간의 경력을 쌓은 뒤, 독자적인 진로진학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원을 창업한 상태였다. 2018년 11월부터 연말까지는 수시면접과 정시컨설팅으로 바쁜 시기였기 때문에 드라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1월 초, 이코노미조선에서 스카이캐슬 속 입시 코디네이터의 현실에 대한 특집기사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그때까지의 드라마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드라마에 쉽게 몰입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내용이 너무 과장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김주영이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영재의 동기부여를 위해 엄마에 대한 복수심을 자극하고, 자신의 뺨을 때렸던 한서진을 무릎 꿇게 만들고, 예서를 서울의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유출된 시험지로 학교 내신을 준비하게 하는 등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비춰질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의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현실의 특이한 사례가 개연성 있게 편집된 <스카이캐슬>에 열광했고, <스카이캐슬>의 이야기는 계급·세대·성별 등 교육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는 곧 '스카이캐슬 효과'라는 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카이캐슬 효과는 스카이캐슬을 통해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컨설팅 사교육이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드라마가 하나의 거대한 마케팅 캠페인 기능을 한 것으로 자녀교육에 잠시 소홀해졌거나 입시컨설팅을 몰랐던 학부모들을 컨설팅 사교육 시장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2019년 1~2월에는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컨설팅 문의가 증가하며 드라마로 인해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더 신경쓰게 됐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어떻게 컨설팅을 받게 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드라마를 보고 자녀의 대학입시 로드맵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답하는 모습에서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하는 공포마케팅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경기도의 중소도시에서 올라온 C 어머님은 <스카이캐슬>로 인해 입시컨설팅을 처음 접하게 된 학부모 중 하나였다.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자녀를 줄곧 보내왔던 학원에서 불만족스러운 입시컨설팅을 경험했다는 점이었다. C 어머님의 자녀가 다녔던 학원은 국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교과 학원인데, 약 2년 전부터 교과 외에도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해 자소서와 면접을 지도하고 있었다. C 어머님은 원장의 전문 분야가 입시컨설팅이 아닌데 믿어도 괜찮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자녀를 오랫동안 지도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지도할 수 있다는 원장의 호언장담을 믿고 자녀를 맡겼다.
하지만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국어를 가르치는 원장의 진로지도는 인터넷의 자료를 짜집기한 조악한 수준이었고, 내신과 모의고사 그리고 비교과에 따른 수시 지원대학 추천 역시 근거가 빈약해 정확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C 어머님께서는 중요한 순간이니 후회없이 지원해주자는 생각으로 어렵게 대치동까지 올라왔다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C 어머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말의 속 뜻은 '내가 어설픈 사람을 만나서 돈도 날리고 시간도 날렸는데, 당신만은 다르기를 기대한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피해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그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에 따라 해당 전형의 개별화된 준비에 대한 교육수요자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충분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이 없는 인접 분야의 사교육 종사자들이 너도 나도 입시컨설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현실 속 대다수의 입시컨설턴트들은 <스카이캐슬> 속 김주영 선생님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기존의 4지선다 형태의 계량적인 평가를 특징으로 하는 수능과 달리, 개별화된 진로설정과 진로구체화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스토리텔링이 핵심이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과 경험 그리고 방법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교과 학원 출신의 경우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지만 진로지도에 대한 역량이 부족했고, 논술 학원 출신의 경우 스토리텔링 역량은 뛰어났지만 마찬가지로 진로지도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또한 적성검사나 진로체험 및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진로지도를 제공하며 사교육 컨설팅에 뛰어들었는데, 이들은 진로지도에 강점이 있는 대신 진로를 진학과 연계시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건 부족했다. 이외에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대학생(원)들이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가까운 시점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지만, 교육제도와 대입전형을 잘 모르고 진로진학지도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나는 교육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교육과정 및 대입전형 그리고 컨설팅 사교육 시장이 맞물리면서 무언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체적인 사고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스카이캐슬>의 흥행으로 인해 컨설팅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나만 뒤쳐질 것 같은 불안이 교육수요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과 대입전형은 기존의 문제풀이식 학습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진학에 대한 전문적이고 개별화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 따라 인접 분야에서 준비 없이 입시컨설팅에 진입한 종사자들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방법론이 부족해 교육수요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나에게 입시컨설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요구했다. 사람들이 왜 입시컨설팅에 관심을 갖는지,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컨설팅 사교육 종사자라면 주저없이 그리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들을 마주했다. 입시컨설턴트로서 한 단계 도약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가기] '입시컨설팅의 본질'에서 계속 이어집니다.